"떡볶이는 원래 볶아 먹는 거였대요"
▲떡을 볶아서 먹는 떡볶이 본연의 의미를 지닌 진짜 원조 떡볶이, 기름 떡볶이 |
ⓒ 김종성 |
그런데 서울 경복궁의 서쪽에 있는 서촌이라 불리는 동네에 있는 시장에 정말 떡을 볶은 떡볶이를 만드는 가게가 두어 곳 있다. 떡볶이의 원조요 어원이라고 할까. 수많은 블로거들과 떡볶이 마니아들의 입소문을 타고 성지(聖地)가 된 통인시장안의 원조 할머니 떡볶이 집과, 이웃 금천교 시장(또는 적선 시장)에간판조차 없는 허름한 노점에서 기름에 떡을 볶아 내는 아흔이 넘은 할머니가그 주인공.
▲모락모락 분식 냄새로 한껏 정겨운 시장통, 퇴근길이 덜 춥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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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이 넘게 좁은 한 평짜리 장소에서 떡볶이만을 팔아온 김 할머니의 가게이자 보금자리가 간판도 없이 있다. 이웃에 있는 통인시장 '원조 할머니 떡볶이집'처럼 작은 간판 하나 달으시라고 조심스레 말씀드렸더니, "단골들이 들르는데, 간판이 무슨 필요냐"며 오히려 되묻으신다. 나이 아흔이 넘었다는 할머니, 지금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니 괜시리 마음이 짠하다.
▲떡볶이에 대한 상식을 깨트린 간장 떡볶이, 묘한 중독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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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식 떡볶이에 익숙해진 자극적인 매운맛이나, 달짝지근한 맛은 나지 않는다. 달달, 매콤 떡볶이가 아니라 짭조름, 고소 떡볶이다. 간장, 깨, 다진 파, 된장, 약간의 기름과 고춧가루로 맛을 낸 군더더기 없는 떡볶이다. 아침마다 할머니가 직접 방앗간에서 빼오신다는 싱싱한 쌀떡의 질감도 한몫 하는 것 같다. 종로의 광장시장 마약 김밥처럼 겉은 평범하게 보이지만 야릇한 중독성이 있다.
▲양념한 떡들을 무쇠철판에 볶는 과정을 고스란히 볼 수 있는 것도 이채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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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방앗간에서 가져온 떡의 싱싱함도 기름 떡볶이의 인기에 한 몫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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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 앉아 기름 떡볶이를 맛나게 먹던 아가씨 두 명은 놀랍게도 일본에서 왔단다. 경복궁 관광을 하러 왔다가 여행책자에 써있는 이곳 통인시장까지 원정(?)을 온 것. 맵기만 하고 자극적인 떡볶이보다 이게 좋다고. 떡볶이의 원조답게 뭔가 다른 매력이 있는 기름 떡볶이, 자꾸만 생각나 자주 오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