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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은 경제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도쿄운영자 0 9895

용돈은 경제교육의 가장 효과적인 도구다 


우리 아이 미래 위한 차근차근 경제교육_①
도대체 왜 아이들에게 경제교육을 해야 할까. 어린 시절은 돈보다는 꿈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닐까. ‘얼마나 부자가 될 것인지’보다 ‘얼마나 자기 삶을 만족하면서 살아갈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그렇다. 그렇기 때문에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아홉 살인 큰딸아이의 꿈은 ‘일류 화가’가 되는 것이다. ‘일류’를 붙이는 것이 귀엽다. 일류 화가라는 꿈을 이루는 데 도전정신, 열정, 인내심, 자기 절제능력 등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덕목을 갖추도록 키우는 것도 부모의 몫이다.
그런데 일류 화가라는 딸아이의 꿈을 들으면서 고흐와 피카소가 떠올랐다. 고흐도 피카소도 초일류 화가다. 하지만 고흐는 평생 고생만 하면서 살았고, 피카소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았다. 아무리 꿈을 이루어도 삶이 고달프면 행복하기 힘들다. 경제교육은 고흐냐 피카소냐를 가르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딸아이에게 일찌감치 경제교육을 시작한 이유다.

구체적인 상황과 경험을 이용한다
초등학교 2학년인 딸아이에게 무엇인가를 가르칠 때마다 ‘구체적 조작기’라는 말을 항상 떠올린다. 구체적 조작기는 아동 인지발달의 한 단계이다. 대략 만 7세에서 12세 사이로 초등학생 시기와 얼추 일치한다. ‘조작’이란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논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을 말한다. 초등학생 시기의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사물이나 자신이 직접 경험한 것에 대해서만 논리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에 구체적 조작기라고 부른다.
알기 쉽게 수학의 예를 들어보자. 딸아이는 수학 숙제를 하다가 막히면 나를 부른다. 얼마 전에는 ‘100-66 = ?’ ‘100-72 = ?’처럼 100에서 어떤 숫자를 빼는 문제가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딸아이에게 이렇게 물었다. “1,000원을 들고 과자를 사러 가게에 갔는데, 과자 가격이 660원이었어. 그럼 거스름돈을 얼마 받아야 하지?” 딸아이는 바로 ‘340원’이라고 대답했다. 딸아이에게 “100-66 같은 문제는 ‘0’을 하나 더 붙여 1,000원에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는 문제로 바꾸어 생각하라”고 했더니 잘 풀 수 있게 되었다.
왜 ‘100-66’보다 ‘1000-660’을 더 쉽게 이해하는 것일까? ‘100-66’은 구체적으로 생각하거나 직접 경험하기 힘든 일이다. 사과 100개에서 66개를 골라내거나 계란 100개에서 66개를 먹으면 몇 개가 남는지 상상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하지만 1,000원으로 물건을 사고 거스름돈을 받는 일은 일상에서 자주 경험한 일이다. 구체적으로 상황을 상상할 수 있으므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아이가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런데 아이가 ‘대학’이 무엇인지 ‘좋은 대학’은 또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 ‘좋은 대학’은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개념이다.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 가르쳐주려면 직접 데려가는 것이 좋다.
딸아이를 서울대학교에 데리고 간 적이 있다. 딸아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초등학교보다 백배는 넓은 캠퍼스, 운동장 몇 배 크기의 잔디밭, 줄지어 늘어선 세련된 건물들, 첨단시설을 갖춘 대형 강의실, 메뉴가 다양한 구내식당. 아이들은 이렇게 구체적인 것을 보아야 ‘좋은 대학’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용돈을 통해 돈을 다루게 한다
아이들 경제교육 역시 구체적인 물건을 통해서 가르쳐야 한다.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수단은 용돈을 지급하는 것이다. 용돈을 받으면 물건을 사고 저축을 하는 등의 경제행위를 직접 경험할 수 있다.
단, 용돈 지급에는 몇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첫째는 정기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불한다는 원칙이다. 아이가 손을 벌릴 때마다 주거나 부모의 기분에 따라 주는 것은 교육 효과가 없다. 정기적으로 용돈을 지불하면 아이가 소비를 위한 예산을 미리 세워보고, 고가의 물건을 사기 위해 계획적으로 돈을 모으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용돈을 마구 써버리고 나면 한동안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참아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된다.
두 번째 원칙은 빠듯하게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써도써도 용돈이 남는다면 아무런 교육 효과가 없다. 쓰고 싶은 것에 비해 용돈이 부족해야 불필요한 지출을 억제하고 알뜰하게 아껴 쓰는 것을 배울 수 있다. 빠듯하다는 것은 대략 어느 정도일까. 초등학교 저학년은 매주 자기 학년에 2,000원을 곱한 금액, 고학년은 학년에 1,500원을 곱한 정도가 적당할 것이다. 초등학교 1학년은 매주 2,000원, 2학년은 매주 4,000원, 4학년은 1,500원을 곱한 6,000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이다.
용돈교육은 한마디로 아이에게 돈을 잘 다루는 훈련을 시키는 일이다. 아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삶이다. 돈을 잘 다룰 줄 모르면 돈의 노예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돈이 삶을 뒤흔들고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삶의 주인이 되려면 돈을 머슴처럼 부리며 살아야 한다. 그러려면 돈의 성질을 잘 알고, 돈을 잘 다룰 줄 알아야 한다. 경제교육은 ‘돈을 좇으며 살라’는 교육이 아니라 ‘돈 따위가 아이의 삶이나 꿈을 흔들지 못하도록’ 만들기 위한 교육인 셈이다.

김지룡 씨는…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4년간 금융기관 근무 후 일본 게이오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귀국 후 일본의 대중문화산업을 산업적 관점에서 고찰한 ‘나는 일본문화가 재미있다’를 출간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문화평론가 및 작가로 활동. 딸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 경제교육에 관심을 가진 후 경제교육 전문가로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미래에셋미디어에서 ‘어린이 경제교육’ 코너를 맡고 있고, 머니투데이에 ‘어린이 가슴 높이 경제교육’을 연재 중이다. 최근작으로는 ‘아이의 미래, 똑똑한 경제습관에 달려 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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